나는 요즘 자극적인 음식보다는 손이 많이 간 집밥 같은 한정식이 끌렸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바로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이곳은 이미 입소문이 자자한, 대통령과 연예인들도 찾았다는 전라도 한정식 전문점이다. 입구부터 풍기는 포스가 남다르다. 한옥 느낌의 외관과 깔끔한 간판, 그리고 정갈하게 배치된 화분들까지. "아, 여긴 제대로구나" 싶은 첫인상.
정성 가득한 한 상, 그 안에 담긴 시간과 정취
들어서자마자 한복을 입은 직원들이 친절하게 안내해주는데, 옛날 잔치집에 온 느낌이랄까? 자리에 앉자마자 기본 반찬이 10여 가지 넘게 깔린다. 하나같이 짜거나 맵지 않고 슴슴한데, 그래서인지 더 손이 간다. 특히 가지찜과 도라지무침은 내가 생각한 '전라도 손맛' 그 자체였다.
메인 요리는 홍어삼합과 민어회, 낙지탕탕이. 이름만 들어도 군침 돌지 않나? 홍어는 강한 향이 있지만 이곳은 살짝 삭힌 정도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특히 민어회는 신선함이 입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했고, 낙지탕탕이는 오독오독 씹는 맛이 예술이다. 젓가락이 멈출 새가 없었다.
대를 이어온 전통, 신뢰로 쌓은 미식의 명가
신안촌은 30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온 터줏대감 같은 곳이다. 블로그 리뷰 중에는 “우리 부모님도 여기 좋아하셨어요”라는 말이 많았는데, 그만큼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단지 ‘맛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이 집은 정성과 전통, 그리고 꾸준함이라는 가치까지 곁들여진다.
또한, 네이버 방문자리뷰 기준 평점도 무려 4.67점. 웬만한 프랜차이즈 레스토랑도 넘보기 힘든 점수다. 직원 교육이 잘 되어 있어 응대도 정중하고, 무엇보다 음식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나오는 게 인상 깊었다. 식당 규모도 크고 좌석 간 간격도 넉넉해 모임이나 상견례 장소로도 손색없다.
특별한 날, 마음을 담아 대접하고 싶은 집
개인적으로 이곳은 평소보다 조금 더 차려입고 가고 싶은 식당이다. 조용히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하거나, 외국 손님에게 ‘한국의 맛’을 소개하고 싶을 때 제격이다. 가격대는 상차림 기준으로 중상 정도. 하지만 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성과 퀄리티를 생각하면 충분히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예약은 필수! 인기만큼 대기도 길다
예약을 추천한다. 특히 주말 점심이나 공휴일엔 대기 시간이 길다. 그리고 주차 공간도 협소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좋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도보 5분 거리, 사직로12길을 따라 걷다 보면 금세 찾을 수 있다.
한정식이라는 말은 많지만, 진짜 ‘손맛’이 있는 집은 드물다. 종로 신안촌은 그 흔치 않은 진짜 맛집 중 하나다. 어쩌면 누군가에겐 평범한 반찬일지 몰라도, 그 안에 담긴 정성과 역사는 절대 평범하지 않다. 다음에도 특별한 날이 생긴다면, 난 다시 이곳으로 향할 것이다.